[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음악과 공연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한여름의 축제,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가 오는 8월 12일(목) 개막한다. 잊고 지냈던 일상의 즐거움을 문화의 에너지로 가득 채우자는 의지를 담은 슬로건 ‘다짐: BE JOYFUL’ 아래 코로나 팬데믹으로 잃어버렸던 문화의 즐거움을 영화-음악-여행으로 다시 찾는 축제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락의 여제 ‘티나 터너’를 조명한 개막작 <티나>를 비롯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와 <아치의 노래, 정태춘>, <혐오의 스타> 등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과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을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런어웨이>(1995),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을 필두로 70여 작품이 넘는 음악을 통해 한국 영화음악의 기틀을 다지고 확립해 온 조성우 음악감독은 지난해부터 집행위원장으로 복귀해 다시 JIMFF를 이끌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로 음악이 작품에 깊이 관여하는 한국 음악영화의 제작지원에 앞장서고, 나아가 전 세계의 음악영화를 발굴하고 소통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조 위원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JIMFF는 음악과 공연이 어울려 시너지를 발휘하는 영화제 특성상 지난해 가장 타격이 극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제천의 상황은 어떤지.
지난해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수해로 인해 제천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시기에 영화제가 치러졌었다. 미리 예방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올해는 상대적으로 혼란이 크지 않다. 다만 한달 반 전만 해도 상황이 좋아질 것 같았고, 이에 맞춰 다채로운 공연을 많이 준비했는데 대부분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거리두기 3단계라 야외무대 설치는 아예 불가능하고 상설 공연장만 사용할 예정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야외무대 공연이 무엇보다 핵심인데 못하게 돼서 아쉽다.
올해는 ‘짐페이스’(JIMFFACE) 섹션을 신설했다. 첫 주인공은 마침 제천 출신인 엄정화 배우다.
올해 신설된 짐페이스는 음악과 영화, 모두에서 의미있는 족적을 담긴 아티스트를 선정해 그의 업적을 기리는 섹션이다. 그간 JIMFF에는 크고 작은 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상을 위한 상, 그러니까 너무 형식적인 수상에 머문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영화제도 수상자도 최고의 영광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상을 정리하고 짐페이스로 몰아주기로 결정했다. 그 첫 주인공이 엄정화인데, 그로 인해 짐페이스가 신설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크다. 올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도 이어갈 예정이나 애뉴얼(매년) 행사로 가져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애뉴얼로 못 박으면 형식적으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은 힘들어도, 엄정화와 관련한 전시와 포토 존 등을 마련했다고.
‘짐페이스–엄정화’ 특별전에서는 대표적 음악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댄싱퀸>(2011)을 비롯해서 <싱글즈>, <오로라 공주>(2005), <베스트셀러>(2010), <미쓰 와이프>(2015) 6편을 상영한다. 또, 역시 신설된, 제천 시내에 새롭게 조성된 문화의 거리 활성화 프로제트인 ‘짐프로드(JIMFF ROAD)에는 엄정화를 주제로 한 특별 전시를 기획하고 야외포스터 전시 및 포토존 등을 구성했다.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JIMFA)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거로 알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실무교육 위주로 한 6박 7일의 집중 캠프인데, 수료 후 실무 연계 등은 어떤가.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는 JIMFF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절대 취소할 수 없는 행사다. (웃음) 2006년 1기를 시작으로 벌써 올해 16기째다. 국내외 최고의 영화음악전문가들이 강사진으로 나서서 캠프와 실습으로 구성된 교육프로그램이다. 영화음악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영화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40명 모집에 7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매해 반응이 뜨겁다.
영화음악 지망생들에게 있어 답답한 문제 중 하나가 현장으로 나갈 방법이 막연하다는 거였다. 이런 이들에게 아카데미는 길을 열어준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영화 음악 관련 스태프로 일하는 사람의 약 70%가 아카데미를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카데미 참가자는 완전한 신인도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던 분도 꽤 있다. 일종의 문화라고 할지, 매뉴얼이라고 할지, 영화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을 위한 중개업소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제천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잠정 중단됐다가 2017년 재개되었다. 혹시 음악영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제작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지점도 있는지.
장르적 특성에 따른 어려움은 아니다. 그보다는 음악영화의 정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영화음악은 음악이 영화적 서사의 바깥에서 외부에서 추가되는 음악이라면, 음악영화는 지금까지 JIMFF가 소개한 <원스>(2006)나 <서칭 포 슈가맨>(2012)같이 영화의 서사와 음악이 내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간 제작 지원 출품작 중 이런 영화 편수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규모를 대폭 늘렸고, 그 결과 정의에 부합하는 음악영화가 많이 출품됐다. 엄정한 기준으로 선정된 10편 중 영화제 기간 중 피칭을 통해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것이 바로 음악영화다’라고 할 만한 ‘음악영화’가 무엇인지 발굴하고 공유하는 것도 JIMFF의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영화제를 찾는 관객에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마니아라고 할 정도로 재즈를 좋아한다. 프로그램팀에게 재즈영화 좀 수급해달라고 부탁하기도.(웃음) 한데 올해는 세계적인 여성 재즈 싱어 ‘빌리 홀리데이’를 극화한 <빌리 홀리데이>(리 다니엘즈 연출)를 스페셜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하게 됐다. 올해 강화한 국제경쟁 섹션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첫 다큐멘터리 <더 스파크스 브라더스>도 빼놓을 수 없다.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컬트 밴드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막작인 <티나>와 올해의 큐레이터로 선정된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직접 고른 대표작과 자신의 작업에 영감을 준 인생 음악영화를 뽑아 직접 리뷰를 써서 소개하는 섹션도 경험해 보길 권한다. 또 올해 신설된 한국경쟁 섹션의 작품들도 주목해달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온라인 상영한다.
전체 120편 중 온라인 상영작은 총 45편(장편 33편, 단편 12편)이다. 홈페이지에 보면 웨이브 상영 여부가 표시돼 있다. 통상 영화가 극장 설비에 맞춰 제작하는지라 극장 환경이 아닌 온라인 상영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창작자 입장에서는 관객과 만난다는 중요한 의미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영화제는 저마다 OTT 플랫폼과 손잡고, 혹은 자체 내에서 온라인 상영을 병행하고 있다. 영화제의 시간과 공간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영화를 콘텐츠로만 본다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영화는 시간과 공간의 경험이기에, 경험하는 환경 역시 중요하다. 영화제의 특성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JIMFF는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 특정 장소와 시간에 모여 리프레시하고 활력을 찾고 영화를 함께 즐기는 게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상영이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장점도 있지만, 축제라는 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본질적으로 영화제는 영화와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를 영화제를 찾는 관객과 연결해 어떤 여론을 형성하는데 그 역할이 있다. 이후의 배급이나 유통은 영화제가 고려할 몫은 아니라고 본다.
영화제의 지향점에 따라 스탠스가 확연하게 갈리는 인상이다. (웃음)
(개인적으로 친한) 선배인 신철 집행위원장(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은 나아가 영화의 재정의를 주장하지 않나. 나는 선배와는 정반대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웃음) 영화는 극장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의 추세를 부인하는 건 아니고 그 흐름을 따라가겠지만, 또 이상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영화와 극장 간의 내적인 관계성은 떨어질 수 없다고 본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더 그럴 수 있다. 극장 환경에 맞춰 작업하니 말이다. 미디어가 다르면 경험도 달라지거든.
미디어에 맞춰 음악 작업 환경도 변화하지 않을지.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믹싱하는 환경도 변화했다. 드라마만 해도 그렇다. 온라인이 대세로 떠오른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제작비 비중과 후반작업 환경도 변화할 것이다. 온라인 대 극장의 비율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극장 경험 없이 온라인으로만 제작한다면 원형없이 그림자만 좇는 격이 아닌가 한다. 내가 보수적이라 그런지, 원형은 보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JIMFF의 예산과 인력구성은 어떻게 되나.
총예산은 36~37억 원 정도이다. 제천시, 충청북도, 국고(영화진흥위원회 지원)로 구성되고 이중 제천시가 약 60%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인력구성은 상근직이 12명이고 영화제 준비 인원은 자원활동가를 제외하면 약 50여 명이다.
조성우 음악감독
JIMFF를 만든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의 초석을 다졌다.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집행위원장으로 다시 복귀했는데, 내외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었나.
영화제를 창립한 한 명으로 잘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다. 서울 사무국이 제천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변화가 크게 있었고 이 과정에서 자칫하면 그간 15년 동안 해온 많은 일이 위태로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화제란 깃발을 드는 것과 같다. 그 깃발 아래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모여 즐기는 축제와 같은 거다. 그런데 취향의 깃대가 부러지고 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돌아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부터 최근작 <여고괴담 여섯번째: 모교>(2020)까지 한국 영화음악의 든든한 축으로 자리해 왔다. 영화에 있어 음악의 역할 변화를 짚는다면.
큰 흐름으로 보자면 한국에서 영화음악이라고 하면 주제곡, 즉 노래라는 생각이 강했고, 이외에 배경음악은 예술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기능적으로 생각했다. 70년대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의 주제곡이 크게 인기를 얻기도 했고, 80년대까지도 노래에 몰방했고, (웃음) 90년대는 팝음악의 선곡이 주였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정교한 스코어링과 전문적인 영화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은 영화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매우 많아진 것도 이전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작업 선택 기준이 있다면.
영화의 규모나 친분이 작용할 때도 있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관건은 작품에 대한 의욕을 어느 정도까지 가져가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내 스타일과 맞는 작품을 하려 한다. 예전에는 이 장르, 저 장르를 하며 나와 안 맞는 영화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솔직히 하고 싶지 않더라. 이번 <여고괴담 여섯번째: 모교>는 약간 결이 다른데, <여고괴담 2>에 대한 오마주도 있고 작고한 이춘연 대표와의 인연도 있어 참여했다.
영화의 스토리와 분위기가 중요한 기준으로 보인다.
스토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음악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영감으로 음악을 만들어야 보편성을 넘어 훌륭한 음악이 되고 설득력이 높아지거든. 영감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게 스토리인 거지. 이후 책(시나리오)을 읽고 깊이를 더해간다. 세부적인 디테일과 효과, 어울리는 악기 선정 등은 이후 메이드된 영상을 보고 결정한다.
작업 외의 시간은 주로 어떻게 보내는지.
하루에 두 시간씩 악기(피아노)를 연주한다. 악기를 연습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작업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아쉽다.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할 수 있는 게 줄어들고, 한편으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도 한데 그래서 점점 음악으로 쏠리게 되고 그중에서도 연주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음악생활의 말년이랄지 마지막은 연주자로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
JIMFF는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JIMFF가 전 세계의 음악영화를 발굴하고 소통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는 사명감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제는 순수해서 좋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거든. 의지와 동기가 순수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보람 역시 크다. 만일 돈을 목적으로 했다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텐데, JIMFF는 그렇지 않다. 내 개인 인생에서 가장 보람있는 일이다.
뜬금없지만, (웃음) 허진호 감독과는 여러 작품을 같이한 동료이자 막역한 사이로 알고 있다. 다음 작품도 함께하는지?
30년 가까이 일을 같이하다 보니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놓친 적이 없다. 요즘은 드라마 <인간실격>을 함께 작업 중이다. 오늘은 2시부터 전도연 배우와 촬영하고, 5시부터는…. 매 순간 일상을 공유한다. (웃음) 나는 영화제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일을 잠시 맡기고 제천에 도망(?) 와 있는데, 제천에 있을 때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과연 찐 친구! 허 감독 이야기하는 순간 꾸러기 같은 표정이다. 마지막 질문으로 요즘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은.
음, 제천 스태프들이 일을 너무 잘해서 고맙고, 덕분에 한가할 때 사무국 앞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여유를 누린다.
사진제공_제천국제음악영화제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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