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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은 문화콘텐츠 이끌어갈 신기술” < 지평선 VR > 바른손 박재하 실장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 이금용 기자

[무비스트=이금용 기자]<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마더> 등의 제작사이자 <기생충>의 투자사인 바른손이 영국의 웨일즈 인터랙티브와 손 잡고 인터랙티브 VR 실사영화에 도전한다. 인터랙티브도, VR 영화도 생소한 국내 시장에서 남다른 행보를 선택한 바른손의 콘텐츠사업부 박재하 실장은 “VR은 문화콘텐츠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신기술”이라며 “VR 영화에 인터랙티브적인 요소를 결합해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 지평선VR >은 군 시절 최전방 GP에서 근무하던 중 사고를 당한 뒤 PTSD를 겪게 된 한 남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최근 화제를 일으킨 넷플릭스 와 마찬가지로 군대의 열악한 환경과 내부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현 세대가 원하는 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거다. 처럼 군필자뿐만 아니라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군대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 그리고 군인들이 각박한 환경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 안에서 주인공의 상처를 직면하고 이겨낼지 혹은 그저 현상황에 안주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VR 영화인 만큼, 여러 개의 엔딩이 존재하고 각 엔딩에 따라 다른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에 관객마다 다른 감상을 얻을 수 있다.

인터랙티브 VR 영화는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데 어떤 장르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국내 대중에겐 VR 영화와 인터랙티브 영화 각각이 아직 많이 생소할 거다. VR 영화는 360도 전방을 한 화면에 담은 영상을 활용한 영화다. 인터랙티브 영화는 관객이 스토리 도중 선택을 하며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형태다. VR 영화는 그간 종종 영화제 등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에 인터랙티브 영화에 비해 비교적 익숙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영화 중 인터렉티브 VR 영화를 선택해 제작하게 된 이유는.
바른손은 영화 제작을 메인으로 하고 게임도 투자제작하는 종합 콘텐츠 제작사다. 그러다보니 항상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에 열려 있고 도전도 많이 하는 편이다. VR은 몰입도와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쪽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2D 영화의 경우, 영화를 관람할 때 스크린이 인지된다. 그래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극중 인물과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런데 VR 영화는 관객이 직접 영화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몰입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그간의 VR 영화들은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단순하게 영상 안을 둘러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VR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의 경우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VR 영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VR 영화에 인터랙티브적인 요소가 결합되면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 달라진다. 입체적인 사운드나 선택지 등 몰입할 수 있는 포인트를 가미해 콘텐츠로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게임에서는 물리적 자유, 공간적 자유 등을 포함해 자유도라는 개념이 자주 언급된다. 이번 영화에도 게임적인 요소가 가미된 만큼 자유도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최근 VR 콘텐츠의 트렌드는 게임 안에서 어디를 가고 어떤 행동을 하든 제약이 없는 오픈 월드다. 스토리가 존재하지만 그 중요도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 지평선 VR >은 본질적으로 게임이 아닌 영화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변화하긴 하지만 결국은 정해진 스토리와 결말이 있기 때문에 자유도가 크지 않다. 대신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흥미로운 미니 게임과 분기점을 곳곳에 배치했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플롯과 엔딩이 변한다는 게 독특하다. 시나리오 작업이 일반적인 영화와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
하나의 스토리라인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인터랙티브 영화는 여러 분기와 그에 따른 부가적인 스토리라인이 존재한다. 이번 영화 시나리오에는 메인 작가와 보조 작가, 강민지 감독님까지 세 사람이 참여해 지난 5월 시작해 8월 말까지 작업했다. 총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최종 선택하고 거기서 또 줄기를 나누고 분기점을 넣어야 했는데 익숙하지 않은 작업 방식이라 낯설고 힘들었다. ‘여기에 이 선택지가 어울리나? 이 지점에서 이런 식으로 감정이 흘러가는 게 맞나?’하면서 작가님들도 어려워하더라. (웃음) 시나리오 기간만 한 2년 잡았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졌다. 인터랙티브 영화 각본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제 완전히 감을 잡아서 다음 작품에선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웃음)

시나리오 외에도 제작과정 또한 기존 2D 영화와는 달랐을 텐데.
2D 영화와 달리 촬영할 때 입체적인 VR 영상 구현을 위한 특수 장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적인 영화에 비해 후반 작업의 비중이 더 높다. 촬영이 끝나고 가편집본이 나오면 거기서 영상 자체의 퀄리티를 올리기 위한 CG와 VFX 작업이 들어간다. 기존의 영화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게임엔진 작업이다. 게임엔진 팀에서는 분기점을 배치하고 그에 맞는 효과를 삽입한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나고 나면 최종 콘텐츠가 나오게 된다.

제작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앞서 말했듯 시나리오 작업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기도 제일 어렵다. 그 외에도 게임과 영화라는 각기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일하던 분들이 모여 작업하다보니 여러 고충이 있었다.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제작 방식이 다르고 쓰는 용어도 달라서 제작 초기엔 의사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차이점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됐다. 지금은 소통하는 데 무리가 없고 초반에 비해 진행 속도도 빨라졌다.

인터랙티브 영화 <레이트 시프트>, <더 벙커>, <더 컴플렉스> 등을 선보인 영국의 웨일즈 인터랙티브(이하 웨일즈)와 협업한 프로젝트라고.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VR 시네마 in Biff’에서 VR 영화 제작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또 영화산업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등에 관한 테크 컨퍼런스를 바른손이 진행했다. 인터랙티브 영화에 대해서 국내 제작자들에게 보다 자세하게 소개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웨일즈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웨일즈가 국내 통신사에 제공하는 컨텐츠를 바른손이 컨버팅하게 되면서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그러던 중 웨일즈가 아시아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을 확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바른손이 협업을 제안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 ‘5G 전략시장 해외공동제작’ 사업에 함께 참여하게 됐다.

그렇다면 바른손과 웨일즈의 역할은 각각 어디까지인가.
원래는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웨일즈와 공동으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 로케이션이나 제작자가 왕래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거기다 아무래도 소재가 DMZ, 지뢰, 같은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큼 한국에서 촬영과 VR 영화 제작까지 마치기로 결정했다. 웨일즈는 완성된 영화를 컨버팅해서 2D 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VR 영화 배급은 바른손이, 2D 버전 배급은 웨일즈가 맡는다. 필름 기반의 게임, 즉 FMV(Full Motion Video) 장르에 있어서는 웨일즈가 세계 탑 배급사이기 때문에 이미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글로벌 배급에도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공개될 예정인가.
우선 VR 버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저가 이용하는 VR 전문 플랫폼인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차차 스팀 등의 기타 플랫폼으로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2D 버전은 스팀을 통해 공개될 계획이다. 오는 12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영화제 출품도 예정돼 있다고 들었다.
<지평선 VR>은 VR 인터랙티브, 2D VR, 2D 인터랙티브 영화까지 총 세 버전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트라이베카는 360 VR 영상만 출품할 수 있고, 선댄스는 실험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등 영화제마다 심사기준이 상이하다. 그래서 각 영화제의 기준에 따라 VR 인터랙티브와 2D VR를 선택적으로 출품할 계획이다. 또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의 경우 부스가 마련돼 있어 부스를 통해 영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VR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할 예정인가.
VR 영화는 적어도 일 년에 한 편씩 제작하면서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싶다. 이렇게 쌓인 내부적인 경험이 VR 시장이 더 활성화됐을 때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VR 콘텐츠 배급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바른손은 현재 100여 편의 VR 영화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하는 모든 VR 단편을 배급하고 있다. 또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은 물론 외부에서 제작한 게임도 배급 중이다.

또 최근 들어 메타버스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바른손은 지난 2017년부터 메타버스 사업에 도전해왔다. 당시 블록체인 회사인 디센트럴과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했는데 바른손은 당시 해당 서비스를 어떻게 게임과 접목하고, 또 어떻게 유저 친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내부 사정으로 디센트럴과 메타버스 서비스를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바른손은 그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VR 영화를 감상하거나 VR 콘텐츠에 나왔던 캐릭터를 활용하는 등 메타버스 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중이다. 내년 중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바른손은 적잖은 시간 동안 VR 콘텐츠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내비치고 있는데, VR 콘텐츠의 잠재력과 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VR 콘텐츠의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장비, 콘텐츠 제작과 문법의 한계 등 더 개선되고 발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하나씩 해결되어가는 중인만큼 머지않아 VR이 보편화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VR 콘텐츠의 한계는 그 자체의 한계보다 인간의 상상력이라고 본다. 우리의 상상력이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하지가 못해서 이 때문에 콘텐츠의 한계가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웃음)

바른손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영화제작과 투자사로 잘 알려져 있다.
향후 비전과 계획은.

바른손은 문구사업으로 시작해 외식사업, 문화콘텐츠 사업, 현재는 화장품 유통까지 스펙트럼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특히 영화제작에 있어서는 이미 국내에서 꽤 공고하게 입지를 다졌지만 바른손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현재 바른손은 VR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문화콘텐츠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신기술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바른손에서 운영하는 블록체인 전문 회사 바른손랩스를 통해 문화예술, 대중예술 작품의 NFT를 거래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nPlanet’을 준비하는 중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바른손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회사로 알려지고 기억되길 원하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불한당: 나쁜 놈들 전성시대>, <기생충>처럼 지금까지 바른손이 제작한 영화들을 보면 타 대형제작사와는 차별화 되는 지점이 있다. 사람들의 취향과 욕망이 저마다 다른데 향유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폭은 한정적이다. 이제는 문화적 다양성이 필요한 때이다. 개개인이 각자의 취향과 욕망에 맞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바른손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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