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아침에 보니 인스타 팔로워가 부쩍 늘어 있어 놀랐어요.” <블랙의 신부>의 주인공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김희선의 소감이다. 넷플릭스 시리즈에 처음 출연한 그는 공개 전에 홈쇼핑에 출연,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세계 순위나 각국의 반응 등은 낯설지만, 여러 언어로 날아오는 DM과 선물에 전세계 공개를 체감한다는 그를 화상으로 만났다. ‘욕하면서 봤다’, ‘1편만 보려다가 8편까지 다 봤다’ 등 악평도 호평도 솔직하게 전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가면파티 장면을 10일 동안 찍을 계획이었는데, 첫날 가면에 문제가 생겼어요. 긴 회의 끝에 하루를 접고 (가면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서 촬영에 들어갔어요.” 배우에 대한 배려에 감사했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배우끼리 충분히 호흡할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고 넷플릭스 첫 경험을 말한다.
<블랙의 신부>는 고급 ‘막장 드라마’ 혹은 영상미 빼어난 ‘아침 드라마’라는 평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하이엔드 결혼정보 회사 ‘렉스’를 무대로 최상위 레벨 ‘블랙’을 차지하기 위한 욕망의 대결을 그리는데 불륜, 재벌, 정치인, 출생의 비밀 그리고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통속극의 정통적인 소재를 다 구비한 덕분이다.
“결혼정보 회사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대체로 결혼 시기를 놓친 사람이 가입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렇게 그들 만의 리그가 있는지 정말 몰랐어요. 이런 사람도 가입한다고? 하면서 충격받은 부분도 있다니까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문화라고 하는데 사람을 등급 매겨 분류한다는 게 속물 같은 면도 있지만, 넷플릭스 <브리저튼> 같은 해외 시리즈를 보면 외국도 사교계를 중심으로 한 상류층 문화가 있잖아요. 단지 한국은 전문성을 지닌 회사일 뿐 그들과 전혀 다른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이왕이면 능력도 지녔으면 하는 욕심은 누구나 비슷할 거예요.” 인간이라면 공감할 이야기, <블랙의 신부>를 선택한 이유다.
김희선이 연기한 ‘서혜승’은 대기업 임원인 남편과 사랑하는 딸을 둔 남부럽지 않은 가정주부였다가, 믿었던 남편의 불륜과 죽음을 겪으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 그럼에도 씩씩하게 중학생 딸을 건사하고, 상간녀인 ‘진유희’(정유진)를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그의 비밀을 폭로해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한다.
“그간 캔디 같은 역할을 많이 했어요. 누가 때리고 괴롭히고 함정에 빠뜨려도 혼자 참고 버티고 스스로 일어나는 ‘캔디’요. 얼마나 답답해요. 그런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캐릭터도 변화했어요. 혜승은 당하고만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뭐 고구마 같을 때도 있지만, 점점 사이다 같아지죠. 제가 봐도 멋있고 통쾌한 면이 있어요.” 혜승이 진유희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 대해서는 “예전엔 맞으면 맞았지, 누굴 때렸겠어요!” 시원하고 터프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단다.
“분노하면 큰 소리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오히려 화를 내지 않고도 그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는 걸 혜승을 보며 알았어요. 인상도 쓰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비수를 꽂는 게 더 무섭잖아요. 진유희의 기에 눌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그를 더욱더 화나게 할지 고심했죠. 처음에는 세게 나갔는데 모니터링해보니 굳이 세게 나갈 필요가 없더군요. ‘네 목숨 내가 쥐고 있어’ 이렇게 그 자체로 힘을 지닌 대사 덕분이죠.” 무표정한 얼굴로 요즘 말로 팩폭(팩트폭격), 온화함 속에 상대의 허를 찌르고자 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아무래도 ‘혜승’에 대입해서 보게 되더군요. 만약 남편이 이혼을 요구한다면? 저 역시 혜승처럼 아이가 있으니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결국에는 동의해 줄 것 같거든요. 혜승이 남편에게 이혼해줄 테니 집에 들어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마침 찍을 때 비도 오고 해서 울컥했어요.” 혜승에게 공감한 지점이다.
“렉스에서 혜승이 진유희를 보고 너무 놀라서 도자기를 깨뜨리잖아요. 진유희의 머리채라도 잡아야지, 그 깨진 조각을 줍고 있으면 어떡하나요! 정말 답답했어요. 또 가면파티에서도 진유희의 비밀을 폭로할 기회를 놓치는데… 바보!” (웃음) 혜승에게 공감하지 못한 지점이다.
혜승의 남편과 바람 피운 것도 모자라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반성은커녕 혜승과 그 딸을 괴롭히는 천하의 못된 년 ‘진유희’는 한참 어린 후배인 정유진이 연기한다. 그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중간에 부득이하게 코로나로 인해 2주간 촬영이 중단됐어요. 그때 서로 맥주 한 잔 앞에 놓고 화상통화를 매일 밤 했어요. 작품 얘기, 주변 사람 얘기, 하루에 있었던 일 얘기 등 정말 할 말이 많은 거예요. 그러다가 다시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유진이가 참 착하고 배려가 많아요. 혜승과 유희가 붙는 예민한 장면이 많고, 그때마다 스파크가 튀잖아요. 그때마다 저를 참 많이 챙겼어요. 사실 서로 쳐다보다가 웃음이 터지기도 했어요. 작가님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죠.”
<블랙의 신부>는 홈쇼핑 판매라는 색다른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희선을 비롯한 출연진이 라방(라이브 방송)에 직접 나섰다. 작품의 주요 타깃층인 4050 여성과 홈쇼핑의 주요 이용층 간의 접점이 넓기 때문이다.
“사실 홈쇼핑 판매를 제가 가장 심하게 반대했어요. 제발 하지 말자고 했죠.” 예전 생방송으로 가요프로를 진행한 적도 있지만, 밤에 하는 생방송은 자신이 영 없었다고 한다. 한데 그 이유가 “텐션이 너무 올라가서”라고. “막상 제가 제일 열심히 했어요. 나중에 후배들이 연습하고 왔냐고, 저 때문에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고 해서 미안했네요.”
“혹시라도 월드 1위를 1초라도 찍는다면 또 나갈 의향도 있어요. 다만, 이때는 어떤 제품이든 함께 팔아 수익금이 난다면 그중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였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넷플릭스 홍보에 실망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김희선, 해보지도 않고 반대하는 스스로에 “내가 꼰대”였다고 인정하고 급히 반성해 최선(?)을 다해 생방송에 임했단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은 <블랙의 신부>에도 적용된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엔딩에서 선사한다. “석진(박훈), 형주(이현욱) 그리고 혜승 모두에게 최고인, 배려 있는 엔딩이 아닐까 해요. 셋 모두 최선의 선택을 한 거죠.” 혜승보다 혜승의 엄마가 더 좋아하더라며 웃는 김희선이다.
관람포인트로 “렉스의 대표 최유선(차지연)의 주옥같은 멘트”를 꼽는다. “최유선은 ‘결혼은 비즈니스’라고 하는데 전 이게 나쁜 의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혼해서도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좋은 파트너십이 유지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혼했다고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바치고 희생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챙겨야 더욱 건강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밖에도 최유선의 말 중 일상에서 필요하고 도움되는 조언이 많다고 하니 한 번 살펴보길.
김희선은 어떤 사람이냐는 물음에 “음, 솔직한 사람이요. 어릴 때는 (소속사) 대표님이 기자와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는 것을 불안해했어요. 생각한 대로 다 얘기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제는 기자님들이 알아서 필터링해주시기도 하고, 또 저의 이런 솔직한 면을 좋아하는 분도 있어요. 보면 아시겠지만, 내숭도 못 떨고 거짓말도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냥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웃음)
자칭 솔직하다는 김희선, ‘렉스’의 최상위 레벨인 블랙과 결혼하면 어떻겠냐고 묻자 “혜승이라면 여전히 학원 강사 등 자기 일을 놓지 않을 것 같아요. 만약 실제의 저라면 쇼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도 가고, 요트도 타고, 파티에서 와인도 마시고 하지 않을까요? 그 대신 기부도 많이 하고요!”(웃음)
사진제공. 넷플릭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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