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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뜨겁고, 수없이 좌절하고, 수없이 도전했다" <스캔들> 지창욱

2026년 10월 7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은 사촌누이이자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조씨부인" 조윤(손예진)으로부터 은밀한 내기를 제안받는다. 청상과부 "희연"(나나)을 꺾으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것. 조원은 단 하나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내기에 뛰어들지만, 희연에게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따뜻함을 느끼면서 혼란에 빠진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프랑스 고전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로 옮긴 영화 <스캔들>을 시리즈로 다시 풀어낸 작품으로, <은교>, <해피엔드>, <썸바디>의 정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창욱에게 <스캔들>은 배우로서 3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만난 도전이기도 했다. 이미 수없이 변주됐고, 한국에서도 20여 년 전 쟁쟁한 선배들이 연기한 작품인 데다 노출과 베드신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지금 나이에 이 역할을 해보는 건 배우로서 큰 도전이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라는 마음이 더 컸다는 지창욱이다. 돌이켜본 그의 30대 역시 도전의 연속이었다. “수없이 뜨거웠고, 수없이 좌절했고, 수없이 계속 도전했던 시기.” 이제 40대를 앞둔 지창욱에게 그 치열했던 30대의 끝에서 만난 조원과 <스캔들>,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도전에 대해 들었다.

요즘 바쁘게 보내서인지 전보다 조금 헬쓱해 보인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스캔들>이 공개된 소감도 궁금하다.
그런 이야기를 요즘 정말 많이 듣는다. (웃음) 나는 매일 내 얼굴을 봐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계속 촬영 중이라 모니터를 보면서 조금 부어 보인다 싶으면 먹는 걸 조절하고, 반대로 너무 말라 보인다 싶으면 잘 먹으려고 한다. 쉴 때는 잘 쉬려고 하고. 그때그때 상태를 보면서 관리하고 있다. <스캔들>이 공개된 건 너무 감격스럽다. 작년 이맘때 촬영을 마쳤던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고, 드디어 이렇게 공개됐구나 싶다.

공개 이후 반응도 찾아봤나.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했는데.
기사 올라오는 것들을 조금 봤다. 사실 작품 자체에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다. <스캔들>은 요즘 대중이 많이 접하는 극적인 작품들보다는 조금 더 문학적이라고 생각했다. 글이나 대사뿐 아니라 작품의 구성과 여백, 카메라 앵글 같은 것들도 빠르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고, 배우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다. 내게는 이런 부분이 <스캔들>의 문학적인 면이라 느꼈고 동시에 정지우 감독님만의 색깔이 아닐까 한다.

수없이 변주된 프랑스 고전 소설 "위험한 관계"를 다시 한다는 부담도 컸을 것 같다. 그럼에도 조원에게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 관계"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서간체 소설로 그간 정말 수도 없이 많은 훌륭한 배우들이 연기해 왔지 않나. 20여 년 전 이것을 사극 영화 <스캔들>로 만든 것 자체도 새로운 시도였고, 당시 선배님들에게도 큰 도전이지 않았을까 싶다. 시리즈로 리메이크 하는 데 참여하는 것 자체가 내게도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또 배우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매력적이기도 하더라. 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랑이 뒤틀리는 과정, 각자가 처한 상황 같은 것들이 좋았다. 무엇보다 조원이라는 인물, 원작의 발몽이 가진 복합적인 감정을 한번 표현해보고 싶었다.

시리즈에서는 조원과 조윤의 과거가 새롭게 더해졌다.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와 조원의 양가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했나.
시리즈가 되면서 인물들의 서사가 조금씩 추가됐다. 원작에는 없었던 조윤과 조원의 관계가 더해졌고, 주변 인물들의 관계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런 관계의 재미가 시리즈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조원에게 조윤은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을 법한 어린 나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한 여자다. 그런데 그것조차 과연 진짜 사랑이었을까 싶더라. 그만큼 조원에게 조윤은 굉장히 큰 사람이고 그의 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개인적으론 조원이 조윤에게 스스로 가스라이팅 당한 건가 싶기도 하더라. (웃음) 그래서 조원이 조윤을 사랑하는 방식은 흔히 생각하는 사랑과 조금 다른 것 같다. 가지고 싶어 하지만 뒤로 갈수록 복수의 색깔도 짙어지고, 마지막에는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도망치지 못한다. 조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좌절하는 거지.

조윤이 조원의 갓끈을 묶어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후 조원이 말을 타고 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답답하다는 듯 갓끈을 풀려고 한다. 조윤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조원의 무의식이 드러나는 장면인데, 아마도 그는 그 순간조차 자기 감정을 인지하지 못했을 거다. 감독님과도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고, 사랑하면서도 도망치고 싶은 양가적인 감정이 있지 않나. 감독님 역시 여러 테이크를 가면서 계속 그런 지점을 찾으시려 했던 것 같다.

희연에게는 처음에 내기의 대상으로 접근한다. 조원이 희연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떻게 해석했나.
처음에는 분명 내기의 대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꼬시려고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조원이 희연에게 따뜻함을 느껴버렸다고 생각했다. 조윤에게 이야기하는 대사 중에 “따뜻하더이다”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다. 조원은 따뜻한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어릴 때 조윤을 사랑했을 때조차 따뜻함과는 다른 성질의 사랑이었고, 이후 방탕하게 살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도 따뜻함이 배제된 쾌락에 가까웠다. 그런데 희연에게서 따뜻함을 발견하면서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랑의 본질에 혼란이 생긴 거지. 희연을 사랑했느냐, 사랑하지 않았느냐는 여전히 모호하다. 사랑을 느꼈지만 사랑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희연을 살리고 싶어 했던 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결말 역시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조원의 마지막은 어떻게 받아들였나.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고 감독님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나는 조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생각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새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조윤에게서도 도망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거다. 그 와중에 뱃사공이 "양반으로 태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하는 것도 풍자처럼 느껴졌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북촌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해학적으로 풀어낸다는 느낌도 있어서 색다르고 재미있더라.

손예진과는 처음 호흡을 맞췄다. 직접 함께 연기해보니 어떤 배우던가.
여러 선배님들과 작업할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내가 정말 행운이구나. 어떻게 어렸을 때부터 존경했던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자리에 왔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감사하다. 그래서 그 현장을 더 오래 기억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번 손예진 선배님과 작업할 때는 특히 긴장감이 높았고, 유난히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조원과 조윤, 둘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둘 중 한 명이라도 뒤처지면 밸런스가 무너지니 그렇다. 그래서 후배라는 걸 떠나 배우이자 동료로서 내 몫을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감독님도 두 사람의 장면을 굉장히 집요하게 가져가셨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그 긴장감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좋더라. 촬영할 때는 쉽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고생했지만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

나나와는 베드신까지 소화해야 했다. 어떻게 호흡을 맞췄나.
선배로서라기보다 동료로서 도움을 주려고 했고, 나나 씨도 내게 큰 도움을 줬다. 베드신은 촬영 후반부에 찍었다. 그전까지 여러 장면을 함께 만들면서 쌓인 유대감이 있어서 서로에게 조금은 위안이 됐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베드신이 편할 수는 없다. 가끔 시답잖은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를 풀고, 일부러 테이크마다 연기를 다르게 해보기도 했다. 여러 방식으로 서로 도왔다. 나나 씨가 연기한 희연은 감정을 계속 숨기기보다는 표현해야 하는 인물이다. 나나 씨도 계속 진짜 감정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았고, 그런 감정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나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출과 베드신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텐데, <스캔들>에서는 무엇이 그 부담을 넘어설 만큼 크게 다가왔나. 작품 이후 기준이 달라진 부분도 있나.
고민이나 우려가 없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노출도 있고 수위에 대한 부분도 있으니까. 배우로서 큰 도전이지만, 그만큼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실 예전에도 “내가 베드신을 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떤 작품에서 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뭘까”라는 고민은 여러 번 해봤다. <스캔들>의 조원이라는 인물이라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정지우 감독님과의 작업이기 때문에 용기도 생겼다. 그렇다고 작품을 하고 나서 내 기준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노출이나 베드신, 수위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예민하고 부담스럽다. 다만 나중에 그 부담을 뛰어넘을 만큼 하고 싶은 좋은 캐릭터나 작품을 만난다면 또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노출 장면을 위해 일부러 몸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했다. 어떤 기준으로 접근했나.
노출했을 때 아름답게 보이고 싶었다면 바디 프로필을 찍지 않았을까. (웃음) 물론 노출은 배우에게 계속 남는 것이고 누구나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스캔들>에서는 감독님의 의도, 그리고 작품 안에서 베드신과 노출이 왜 필요한지에 더 집중했다. 근육을 더 만들어서 몸을 탄탄하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일부러 배제했다. 이건 내가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연출의 의도와도 맞닿아 있으니까. 감독님도 몸에 대해서는 크게 디렉션을 주지 않으셔서 감정과 장면의 의도에 더 집중했다. 로맨틱 코미디나 로맨스에서는 배우가 예뻐 보일 수 있도록 촬영이나 조명 같은 많은 요소가 도와준다. 여러 앵글과 각도 만들고. 그런데 <스캔들>은 그런 방향의 예쁨과는 결이 다른 작업이었다.

올해 39세다. 3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만난 <스캔들>과 조원은 배우 지창욱에게 어떤 의미인가.
<스캔들>과 조원은 내가 조금 더 어렸다면, 물론 지금도 이 감정을 헤아리기가 어렵지만, “사랑이냐, 사랑이 아니냐”라는 이분법적인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은 이런 혼란스러운 상태와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나이인 것 같다. <스캔들>은 새로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위험한 관계"라는 고전이 원작이라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내게는 보물 같은 경험이다.

지나온 30대를 돌아본다면. (웃음)
지난 30대는 수없이 뜨거웠고, 수없이 좌절했고, 또 수없이 도전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40대로 가기 위한 어떤 발악의 나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젊은 청년에서 남자 혹은 어른이 되어가는, 그 사이에 있었던 시기랄까. 사람으로서라기보다 배우로서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다. 30대에 했던 작품들을 보면 정말 두서없기도 하다. “이런 건 왜 했을까”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60대, 70대가 돼 돌아보면 “정말 재미있는 시도와 노력을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스캔들>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조원이라는 복잡한 인물을 정지우 감독님, 손예진 선배님, 나나 씨를 비롯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 집요하게 찾아갔던 과정이 뿌듯하다. 호평과 혹평, 예상한 것과 예상하지 못한 반응도 있지만, 물론 다 기분 좋지는 않지만, (웃음) 다양한 반응이 있다는 것 자체로 재미있다.

"수없이 뜨겁고, 좌절하고, 도전했던 시기"라 했다. 최근 장르성이 강한 작품과 센 캐릭터를 계속 선택한 것도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껍데기를 깨고 나가려는 수많은 두드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대중에게 “알아봐 주세요”라고 말하는 건 부끄럽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깨려고 수없이 노력해왔고, 배우로서 스펙트럼도 넓히고 싶다. 그렇다고 박수만 받을 수는 없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다. 넘어지면 당연히 아프지만,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그렇게 시도는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색깔을 조금 더 나타내보고 싶다.” 그런 욕심이 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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