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문학, 고전, 강릉 세 개의 키워드
밥 딜런 다큐멘터리 폐막작과 트리뷰트 공연에 주목
영화제는 문화 인프라
강릉 독립 영화인과 상생, 나아가 강릉을 동해안 영화 허브로
올해 첫 출범한 강릉국제영화제 콘셉트와 디테일을 가다듬은 김홍준 예술감독을 유선을 통해 만났다. 오는 8일(금) 개막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인상이다.
(해당 인터뷰는 전화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8월 영화제에 합류했다. 촉박한 시간 내 기존 콘셉트를 이어가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지만, 당신만의 색채를 입힌 부분도 있을 것이다.
원래 문학 영화제를 지향했으나 문학만으로는 강릉시가 원하는 면모를 갖추기 힘들다고 생각해 국제영화제 타이틀을 달되 문학을 중심에 두고 가자는 게 김동호 위원장님의 생각이었고 그 취지에 동의했다. 상영작의 80% 정도가 선정된 상태에서 개·폐막작을 포함한 나머지 20%를 채우면서 확장성을 고민했다. 장기적으로 지속성을 가져가려면 첫 회에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해 나열식이 아닌 세 개의 키워드를 선정했다.
키워드는.
영화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를 고민한 결과 첫째로 문학을 꼽았다. 이는 영화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또 요즘 영화제의 경향이 고전 영화의 비중이 커지고 단순한 회고전이 아닌 그 범위와 개념도 확장되는 추세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고전영화의 접근성이 개선됐는데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거장과 신예를 하나의 고리로 연결했다. 고전 영화가 현재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 그 영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세 번째는 강릉이다. 도시의 인프라와 역사와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아예 키워드로 삼았고, 단순히 영화인의 축제가 아닌 강릉시민의 것임을 선언했다. 이번 키 콘셉트는 일회성이 아니라 최소 5년 정도 가지고 가려 한다.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다듬어 나갈 예정이다.
당신이 채운 20%의 면면을 소개한다면.
‘여성은 쓰고 영화는 기억한다’ 섹션과 밥 딜런 트리뷰트 폐막 공연이다. 젠더 이슈가 첨예하기에 여성 작가를 다룬 영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또 문학과 다른 예술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경계를 뛰어넘은 인물인 밥 딜런 전을 마련했다. 개인적인 덕심도 있지만, 그는 음유시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문학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그의 콘서트 기록 다큐멘터리 <돌아보지 마라>(1967)를 과감하게 폐막작으로 선정했다. 또 폐막 공연으로 밥 딜런 트리뷰트 공연을 준비했는데, 라인업으로 강릉 기반 인디밴드와 밥 딜런 곡을 처음으로 커버한 가수 양병집 씨, 피날레를 맡은 가수 강산에 씨가 확정됐다.
최근 영화제가 양적으로 팽창하는 인상이다. 민감할 수 있지만, 아주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영화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 역시 아주 원론적으로 답하자면 (웃음) 간혹 ‘한국에 부산국제영화제 하나 있으면 됐지, 다른 영화제가 왜 필요하냐’ 식의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그들에게 나는 말장난일 수 있지만, 이렇게 답한다. ‘그 말은 한국에 국립 중앙박물관 하나만 있으면 되지, 경주나 부여 등의 지역 박물관은 물론 민간 박물관이 왜 필요한가. 그것들 역시 불필요하다는 논리와 같다’라고 말이다.
영화제는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같다. 공공적인 기능뿐 아니라 보존 나아가 산업의 기능이 있다. 서로 다른 역할과 기능에 맞춰 상호 보완해 나가기에 영화제의 수가 많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단지 영화제가 본연의 역할이 아닌 부수적이고 비본연적인 기능에 집착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문화에 집중해야 할 도서관이나 박물관이 돈벌이를 우선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제는 하나의 문화 인프라이다. 단순히 지역 축제 혹은 지자체의 행사에 국한해 바라보면 안 된다.
강릉과 근접한 평창이 지난 8월 남북한영화제를 출범했다. 중소 도시 입장에서 상당 규모의 예산이 투여된 행사이기에 특정층을 위한 혜택과 차별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영화제를 유치할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다. 강릉국제영화제에 합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김동호 위원장님의 부름이었다. 촉박한 시간 내에 뜻하신 바가 있어 맡으셨고 나 역시 그 취지에 공감했기에 기꺼이 합류했다. 막상 와보니 걱정했던 것보다 긍정적인 모습이라 안심했다. 외풍을 막거나 경제적 지원 확보 등은 위원장님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나는 예술감독으로서 콘텐츠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외람된 말일 수 있겠지만,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거지. (웃음) 바로 어제만 해도 밤 12시까지 공연장 시설 기능을 체크할 정도였다. 또 강릉과 평창은 지역적으로 가깝고 올해 첫 출범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내면은 완전히 다르다고 본다.
어떤 면에서 다른가.
평창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남북영화제이기 때문에 남북 관계라는 변수가 있다. 또 그 역할도 문화 교류를 통한 강원도민 나아가 전 국민의 남북 간 화합과 교류에 대한 염원을 담은, 거대 담론을 주제로 한 영화제이다. 때문에 평창의 지역성과 지역 문화와의 결합은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강릉은 거대 담론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그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영화제를 준비하며 느낀 점이 강릉시민의 차분하지만 높은 문화 참여도였다. 뮤지컬 공연, 예술, 야외 행사들에 적극적으로 방문하고 즐긴다. 열정적인 그들을 영화제로 이끌어 애향심과 저변에 흐르는 문화적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영화제가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역 인재 참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일 것이다. 향후 계획은.
그것 역시 모든 영화제가 가지 고민이다. 영화제 스태프가 상근직보다 계약직이 많은 구조인 탓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는 중이다. 통상 영화제가 먼저 생기면 이를 주축으로 영화인이 모이는데 강릉은 이런 면에서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 ‘인디하우스’라는 독립영화 제작과 배급을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단체가 있다. 강릉이 가진 영화와 지역 인프라 활용 방안에 대해 향후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합의해 나가려 한다. 또 영화제의 가용자원을 최대한 이용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독립영화인들을 지원할 것이다. 올해 그 시작으로 3000만 원 예산을 확보해 단편영화제작 지원 공모전을 확정했다. 이건 첫걸음이고 원대한 꿈을 그리자면 강릉의 독립영화 생태계는 생태계대로 발전하고 영화제는 영화제대로 뿌리내리면서 둘이 겹치는 부분을 점점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거창하지만, 동해안 벨트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영서 쪽은 춘천, 동해안 쪽은 강릉을 허브 삼아 영화 발전의 큰 축을 이루고 싶고 이에 영화제가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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