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10년간 프로레이서로 트랙을 달렸다. 번지점프, 낚시, 스카이다이빙, 경비행기 조종까지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경험치가 높다. 누군가 먹고 누군가 한다면, 일단 먹고 일단 해 본 후 판단한다가 이화선의 평소 지론이다. 대기실에 앉아 있던 예능 새내기인 자신을 향해 “너 이름이 뭐니”, “앞으로 잘 될 것 같다”면서 덕담해준 이경규와 이홍렬 선배를 이화선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불편한 사람이 있으며 촬영장을 가는 것 자체가 곤욕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가능한 한 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힘을 보태는 선배가 되고자 노력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그 후 무엇인가로 다시 채워진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합류하게 된 첫 웹드라마, 이화선에겐 <이런 게놈의 로맨스>는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Q1. <이런 게놈의 로맨스>로 웹드라마에 처음 출연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데 어떤 내용인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예측불가 로맨스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뭐지?, 뭘까?’ 계속 이랬다. 꼬리가 생긴다길래 판타지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설득력 있더라. 제목부터 ‘게놈’이라 해서 센 느낌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개(dog)’놈이 아니라 Genome(유전자)인 것이 아주 신선했다.
Q2. 드라마하기 전에 유전자나 알레르기 반응 등에 관심이 있었나.
별로 없었고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이라 수긍했었다. 요즘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더욱 실감하는 중이다. 알레르기 종류가 예전보다 많아졌고 새로운 바이러스도 생겨나고 있지 않나. 거기다 비말로 전염된다고 하니 극 중 타액 과민반응으로 쇼크에 빠지는 ‘흥미’(김찬미)가 생각났다. 개인 숟가락 들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묘하게 요즘 풍경과 닮은 모습이다.
Q3. 극 중 연기한 ‘김 본부장’은 어떤 인물인가. 영화 <화양연화>를 패러디한 신은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원래 대사가 함께 있던 장면인데 분량상 이미지 컷으로 대체했다. 사람들이 그녀가 ‘김 본부장’인지 알아볼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아시더라. 김 본부장은 굉장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흥미’의 절친으로 대표인 그를 존중하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 할 것과 하지 말 것의 경계가 분명하다. 인간 사이에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나 하고 싶은 일이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열정적이고 과감하게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Q4. 실제 성격과 싱크로율은.
좋은 것과 싫은 것을 확실히 구분하는 점은 닮았는데, 다만 나는 그 점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속으로 명확하게 가르되 안으로 삭이는 편이다. 신나고 밝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만, 어두운 면은 혼자 갈무리한다. 주변에서 답답하지 않냐고 묻곤 하는데 그게 삭이다 보니 숙성되고 발효된 건지 뭔가 승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면 그 순간을 피하는 편이다. 어릴 때는 그런 내가 바보 같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오히려 슬기로운 대처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서서 웅징(?) 안 해도, 굳이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다 순리대로 돌아가더라. (웃음)
Q5. ‘흥미’를 연기한 김찬미 배우가 현장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움을 표하더라. 어떤 선배가 되고 싶나. 또 기억에 남는 선배가 있다면.
정말? 촬영장에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일단 촬영장에 가는 것 자체가 싫어진다. 그래서 가능한 한 편하게 대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또 일단 마음이 편해야 그 사람이 가진 것 이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기에 그렇다. 아주 신인일 때 별말 아니지만 누군가 말 한마디 걸어준 게 큰 힘이 됐던 게 기억에 남아 먼저 말을 걸곤 한다. 예능 처음 할 때 뵌 이경규, 이홍렬 선배님이 대기실에 앉아 있는 내게 이름을 물으면서 잘 될 것 같다고 덕담해 주셨던 걸 잊을 수 없다. 연기하면서는 말투와 행동 모두 따뜻한 고두심 선배님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가식 없고 정말 곁에 있는 것 자체로 좋은 분이다.
Q6. 슈퍼모델 출신 연기자 그리고 프로 카레이서… 정말 팔방미인이다. 모델, 레이서, 연기자 각 분야가 다르듯 느끼는 희열? 혹은 직업적 행복감도 다를 것 같다.
순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모델로 무대에 서는 것은 그 순간은 오로지 내가 만들어내는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은 완벽한 내 것이라는 데서 오는 희열이 있다. 연기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호흡에서 느끼는 충족감과 시너지가 크다. 레이싱은 딱 중간이다. 준비하면서는 마치 연기하는 것처럼 팀원끼리 호흡을 나누지만, 일단 트랙을 달리기 시작하면 런웨이를 걷는 모델과 같아진다. 나만이 컨트롤하는 오롯한 내 시간이다. 모델, 연기, 레이싱 모두 사람이 좋아서 하게 된 거다. 레이싱도 차가 좋았던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 거기에 이끌려 하다 보니 어느새 프로레이서가 됐더라.
Q7. 여성 최초 프로 카레이서로 알고 있다. 거의 10년을 프로로 활동했다.
2004년 정도 이세창 감독님과 모터스포츠 경기장을 방문했었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스포츠가 존재하고 또 이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 것에 놀랐었다. 이후 감독님이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에 시작해 2005년부터 경기에 출전했다. 마침 연예 활동 슬럼프 시기와 겹쳐서 더 빠진 것도 있다. 경기에서 성적이 꽤 좋아 이후 스카우트돼 작년까지 연봉 받는 선수로 뛰었다. 4월에 개막해 10월 정도에 시즌이 끝나는데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시합에 나간다. 처음 할 때 이렇게 오래 할지 몰랐고 당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연기 활동에 집중하려고 올해부터 선수 활동은 접었지만, 앞으로도 모터스포츠의 매력을 알리고 대중화시키는 데 노력할 거다. 작년에 총 8만여 명의 관객이 찾았는데 이는 한 경기당 거의 1만 명꼴이다. 타 스포츠에 비해 관객 동원력이 아주 높은 종목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Q8. 프로 선수로 뛰려면 체력도 좋아야 할 거다. 체력과 몸매 등 관리 노하우는.
어릴 때부터 매주 주말은 관악산, 청계산 등등 다니며 등산했었다. 또 저녁 먹고 나면 집 근처 운동장을 뛰고 철봉에 매달리곤 했었다. 경찰이셨던 아버지가 운동하실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운동과 등산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기초체력이 잘 다져진 것 같다. 덕분에 근육량이 많고 기초 대사량이 높아 먹는 것 대비 살이 안 찌는 편이다. 또 걷는 것을 원체 좋아한다. 평소 3~4킬로는 보통 걸어 다닌다. 특별한 일 없으면 운동화, 청바지, 추리닝 등 편한 복장을 즐긴다. 식단 관리에 대한 질문도 자주 받는데 내가 정말 개고기 빼고는 못 먹는 게 없다. 일단 먹고 나서 판단하자는 주의라 혐오식품도 잘 먹는데 다행인지 탄산과 튀김과 국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Q9. 오, 타고났군! (웃음) 튀김과 탄산과 국물을 즐기지 않는다니! 살면서 이것만은 꼭 지킨다는 철칙이 있다면.
음, 불법은 작은 거라도 안 하겠다는 것? 호기심이 아주 많아 누가 뭐 하자고 하면 다 해보는 스타일이라 레이싱, 스카이다이빙, 낚시, 번지점프 등 경험치가 높다. 경비행기 자격증도 땄을 정도로 호기심도 겁도 없는 편이다. 누군가 먹고 누군가 하는 일이라면 못 먹을 이유도 못 할 이유도 없으니 일단 경험한 후 판단하자가 내 지론이다. 그렇지만 절대 법을 위반하는 행위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Q10.마지막 질문! 당신에게 <게놈의 로맨스>란. 또 요즘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작년에 여동생을 떠나보내고 지난 1년은 아무것도 안 했던 것 같다.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고 다 내려놓으려 애썼다. 내려놓는 것과 의욕이 없는 것과는 좀 다른데, 내려놓으니 뭔가 다시 채워지는 게 느껴지더라. 지인들도 예전보다 편해 보인다고 얘기하고 이제 엄마와 나를 좀 더 추스르려 할 때 <이런 게놈의 로맨스> 출연 제안을 받았다. 웹드라마가 처음인 데다 분량이 많지도 않았지만, 촬영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일을 다시 할 준비가 됐구나 싶었다. 그런 면에서 정말 특별한 작품이다. 요즘 소소한 행복이라면 16살 먹은 우리 ‘찐이’와 놀고,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 몰아 보는 거다. 또 가끔 야외에 나가 골프치는 것도 힐링에 도움 된다. 옷도 다 입고 가 라커룸도 이용하지 않고 정말 골프만 치고 헤어진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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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