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다큐멘터리와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려면 넷플릭스, 영화를 보고 싶으면 왓챠플레이. OTT 플랫폼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언제부터인가 성립하기 시작한 공식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왓챠플레이의 위상은 넷플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글로벌 스트리밍 전문 거대 기업 넷플릭스에 맞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잘하는 것에 몰두해 얻은 성취의 결과물이다. 카이스트 출신 박태훈 대표와 그 친구들이 뭉쳐 창업한 왓챠플레이는 영화 평점을 매기면 알아서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주는 맞춤 큐레이팅으로 영화 팬들 공략에 나섰다. 현재 5억 3,322개의 평점과 6만 5천여 편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고,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국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체르노빌> 등을 단독 공개했다. 지난 3월 왓챠플레이 익스클루시브를 론칭, <이어즈&이어즈>를 시작으로 매월 대작 드라마를 독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웨이브, 티빙, 시즌 등 국내 플랫폼의 등장과 1~2년 내 디즈니+ 와 애플 tv+ 등의 상륙 등 OTT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지만, 박태훈 대표는 여유로워 보인다. 왜?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수) 만우절에 ‘왓플릭스’ 론칭을 발표했다. 만우절 이벤트가 아닌 ‘진짜’임을 강조했다. 발표일 선택이 참 절묘하다! 넷플릭스와 사전 협의가 된 사항인가.
타이밍상 잘 맞았고 재미있는 홍보 영상과 함께 만우절에 발표하면 효과가 클 것 같아 4월 1일로 잡았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연결해 세상을 더 다양하게 만드는 게 우리 ‘왓챠’의 목표다. 이미 유명해 많은 사람이 아는 콘텐츠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 그런 작품이 왓챠플레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도 많이 있다. 우리 유저 중에도 넷플릭스 이용자가 많고 누군가 추천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여러 번 접했었다. 그래서 왓챠플레이와 넷플릭스를 대상으로 동시에 추천하는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추천 엔진이 이미 구축돼 있어 다소 손쉽게 개발할 수 있었다. ‘플릭스’(flix)가 영화를 의미하는 단어라 꼭 넷플릭스에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또 넷플릭스 작품을 추천해 주는 거라 그들 입장에서도 좋지 않을까 한다. 따로 사전 협의한 것은 아니다.
현재 왓챠플레이가 제공하는 작품수와 보유한 별점평수, 유료회원 수 등 현황은. 또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유료회원수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니 양해해 달라. 별점평은 5억 3,322개로 네이버의 약 40배에 달하고, 현재 6만 5천여편의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구성원은 약 90명으로 그중 30~40%가 개발자다.
수년 전 왓챠플레이를 가입한 계기가 영화 <매그놀리아>(1999)였다. 네이버와 넷플릭스 모두 없는데 왓챠플레이에만 있더라.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 하면 ‘왓챠플레이’가 자연히 떠오를 정도인데, 콘텐츠 수급 방법은.
콘텐츠에 따라 계약 형태가 아주 다양한데 국내는 대부분 수익 분배하는 RS(Revenue Share)계약이다. 분배 비율은 업계의 통상적인, 즉 시장의 룰에 따른다고 보면 되고 대부분 비독점 계약이다. 드라마 <이어즈&이어즈>를 시작으로 3월부터 왓챠플레이 익스클루시브(exclusive)관을 론칭했다. 매월 대작 드라마를 독점 공개할 예정이다.
<체르노빌>,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이어즈&이어즈> 등 독점 공개한 작품의 수급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또 보통 콘텐츠가 왓챠플레이에 머무는 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나.
계약 기간이나 당시 경쟁 상황 등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따라 계약 조건과 내용이 달라진다. 제각각 천차만별이라 평균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보통 왓챠플레이에 올라왔다가 내리는 경우의 대부분은 권한이 끝날 때이다. 즉 우리가 수급한 콘텐츠의 유통권을 지닌 한국 유통사의 권한이 끝나면 왓챠플레이에서도 빠지게 된다.
추천서비스 ‘왓챠’로 시작해 OTT 플랫폼인 ‘왓챠플레이’로 영역을 확장했다. 향후 사업의 큰 방향성은.
왓챠는 영화 추천으로 시작해 지금은 TV와 도서로 대상을 넓혔고, 일본어와 영어 버전으로 글로벌 유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음악, 공연, 게임, 웹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왓챠플레이의 경우 올 3분기엔 일본, 내년에 동남아 위주로 론칭을 준비 중이다. 독점 콘텐츠는 말했듯 익스클루시브관을 통해 매달 대형 독점 드라마를 하나씩 제공하고 하반기부터 독점 영화를 제공할 예정이다.
독점 영화라면?
한국영화 시장이 최근 몇 년간 블록버스터 위주로 빠르게 재편됐다. 좋은 영화이나 상업성이 부족한 영화는 수입이 안 되는 실정이다. 작년부터 칸, 토론토, LA, 베를린 등 필름마켓에 직접 나가 웰메이드이나 상업성이 다소 부족한 영화를 수입해 왔다. 우리가 수입한 작품 중 상당수가 작년에 부산과 부천 그리고 프라이드 영화제에, 올해는 전주와 무주산골영화제 등에 초청되고 있다. 아마도 하반기부터 (극장 개봉을 시도는 하겠지만, 관을 확보하기 쉽지 않으니) 왓챠플레이를 통해 독점 공개할 것 같다.
혹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려 팀을 꾸렸다. 올해는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주로, 내년부터는 드라마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왓챠만의 차별화된 강점인 추천 알고리즘 기술에 대해 간략히 풀어 설명한다면.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 (웃음)
중요한 질문이다. 가장 간단한 버전으로 설명해 보겠다. 우린 5억 개가 넘는 별점을 보유하고 있다. 머신러닝 분야 안에 딥 러닝이라는 게 있는데 우린 그 기술을 이용해 어떤 유저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매우 정확하게 파악한다. 예를 들면 유저들이 평균 1인당 100개 정도 별점평을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그와 유사한 패턴을 찾는다. 패턴이 유사하면 취향이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별점평에 기반해 그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하는 거지. 그 외 여러 가지 기술을 활용해 추천받은 사람의 만족도와 실제로 볼 확률까지 고려해 추천하고 있다.

OTT 업계가 코로나19로 불황 속 호황을 맞고 있다.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호황은 아니다. IPTV와 상황이 좀 다른 게 우린 무제한 정액제라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해서 수익으로 직결되진 않는다.(웃음) 기존 유저의 콘텐츠 이용 시간이 늘었지만 그렇다고 이용자가 확 치솟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좋은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원활해야 우리 역시 잘 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안정되고 회복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원한다.
무료 이용권 제공 등 코로나19 극복에 왓챠 역시 힘을 보탰다.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하고자 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측에 이야기해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대상 무상 서비스 지원과 전국민 대상 3일 무료이용권을 제공했다. 또 지난 23일부터는 대구·경북 지역 영유아 부모들에게 1개월 무료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1~2년 내 디즈니+, 애플tv+ 등이 한국에 상륙할텐데 대비책은. 또 디즈니+ 가 작년 하반기 북미 론칭 후 넷플릭스도 바짝 신경 쓰고 있다는데, 왓챠는 어떤가.(웃음)
음, 솔직히 그렇게 많이 신경 쓰고 있지는 않다.(웃음)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열심히 할 것이고, 한국에 소개 안 된 독점 콘텐츠를 늘려가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시작할 계획이다. 더 좋은 콘텐츠를 잘 찾아 더 많이 소개하도록 더 노력할 것이고, 화질이나 음향 등 서비스적으로 훨씬 더 나은 버전을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우리가 잘하는 걸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한다.

2013년 스타트업 이후 성공적으로 왓챠를 이끌고 있다. 호칭과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 등 수평적인 사내 분위기에 대해 익히 들어왔고, 직접 보니 매우 자유로운 보인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변화가 있을 것도 같은데.
완전히 수평적인 문화가 아니라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것이라 조직이 커져도 큰 변화는 없다. 좋은 아이디어를 채택해 그에 맞는 결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비롯해 직원들 모두 영어 이름을 사용해 호칭에서 자유롭게 하는 이유다. 아무래도 호칭이 주는 무언의 압박(압력)이 있거든. ‘대표님’이 낸 의견과 ‘티팍’(TPark 박태훈 대표의 영어 호칭)의 아이디어라 하면 느낌이 다르지 않나.
왓챠 입사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은데, 새 식구를 맞을 때 중시하는 것은.
한 명 뽑는데 250명이 지원하기도, 마케팅 인턴 뽑는데 400여 명이 몰리기도 했었다.(웃음) 딱 기준을 세워 놓은 것은 아닌데 뽑고 나서 보면 공통점이 있더라. 전문적 지식을 갖췄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 상황에 안주하기보다 어떻게든 뭔가를 더 하려는 사람, 즉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결국 뽑히는 것 같다. 우리 직원 중 자퇴하거나 편입한 사람이 많은데 그게 다 정해진 수순에 따르기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 혹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의지를 갖고 그 길로 가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왓챠를 이끌며 그간 정신적, 상황적으로 위태로웠던 시기를 꼽는다면. 그때 당신을 일으켰던 동력은. 또 지금은 어떤가.
아, 진짜 어려운데… 학창시절 공부하기 싫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과 같이 아주 많아 특정 시기를 못 꼽겠다. 지금은 힘들지만 재밌는 시기다. 시간과 에너지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평소 긍정왕이다. 때때로 ‘어떻게든 해낸다, 오기가 강하다’는 소릴 주변으로부터 듣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부작사부작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데, 도전을 준비하는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절대 창업하지 말라고 하겠다! (웃음) 왜냐면 분명히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 거다. 스타트업의 90%는 3년 안에 폐업한다는 통곗값이 있다.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거든. 이렇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소리를 듣고도 할 사람은 어쨌든 할 것이고 마음을 바꿔 안 할 사람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작한 사람에게는 두 가지를 고려하라고 하겠다. 창업한 후 하는 대부분의 일 즉 투자 유치, 개발자 확보, 마케팅 등은 모두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일들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실패의 비용을 줄이는 거다. 대출받지 말고 투자를 받는다든지 말이다. 대출받고 망하면 빚으로 남지만 투자를 받으면 횡령 등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개인적인 채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 사람들이 보통 간과하는 게 기회비용이다. 20대 중반 사회초년생과 40대 중반 회사 중역의 기회비용은 매우 다르다. 그렇기에 할 거라면 지금 하는 게 낫다. 시간이 흐르면 점점 기회비용이 높아진다. 그리고 회사 다니며 3년 동안 준비한 일을 일단 시작한 후 몰입해서 하면 3개월 만에 배울 수도 있다.
결국 하려면 빨리하라는 거군! 당신은 어땠나.
그렇지, 스물여섯과 서른여섯의 시간은 다르거든. 내 경우 스물여섯에 개인사업자를 내고 법인을 세운 게 스물일곱이었다.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으니 3년 안에 승부가 날 거로 생각했거든. 잘 안된다 해도 스물아홉이니 충분히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겠더라. 다행히 망하지 않아 지금까지 왔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은.
가끔 유저들이 장문의 감사(?)메일을 보낼 때가 있다. 왓챠와 왓챠플레이를 통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와이프(남편)를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등등의 사연이 종종 온다. 심지어 손편지로 보내는 분도 가끔 있다.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큰 모티베이션을 얻는다.
잊을 뻔했다! 왓챠 알고리즘이 아닌 박태훈 대표가 마음으로 추천하는 영화는?
하나를 꼽는 게 정말 어렵다. 잠깐 생각해 보자. 왓챠플레이에서 17일(금)부터 릴리즈 예정인 <사마에게> 다. 작년 DMZ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본 후 너무 좋아 수입사를 찾아가 배급 투자를 제안했다. 영화를 본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넓어졌다. 시리아 난민이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 다큐멘터리임에도 놀라운 서사를 보여준다. 2019년에 본 가장 좋은 영화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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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희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