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누적 조회수 1000만뷰를 기록한 인기 웹툰 < D.P- 개의 날>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D.P.> 로 재탄생했다. 공개 후, 군 생활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군필을 비롯해 젊은 여성층까지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소구력을 발휘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군무이탈 탈영병을 잡는 D.P로 활동한 군생활의 경험을 살린 웹툰의 원작자이자 공동 각본가로 참여한 김보통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원작의 탄생부터 한준희 감독과 협업해 드라마로 재탄생한 과정 그리고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까지 김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필명인 ‘김보통’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또 <아만자>, < D.P- 개의 날> 모두 평범한 청년이 주인공인데요, ‘보통’이나 ‘평범’에 작가님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사회는 그 사람들이 죽을 똥을 싸며 노력할 것을 요구합니다. 살아가는 게 고통의 연속이고 가혹한 삶이다 보니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비범하지 못함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가야만 하죠.”
“물론 예전보다 분명히 좋아졌지만, 이걸로 됐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에 대해서도 조만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낼 예정이니, 그때를 기다려 주십쇼.”
웹툰 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군복무시절 느꼈던 괴리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군사경찰이라 부르는 헌병은 말 그대로 군대의 순경과 같은 존재인데 제가 복무하던 부대에서는 폭언과 가혹행위, 구타가 자행되던 곳이었어요. ‘억울하면 헌병대에 신고해’라고 말하는 고참도 있었으니까요.”
“저는 사복헌병이자 ‘군사법경찰리’라고 적힌 헌병 신분증까지 가지고 있던 D.P조라 부대와 사회를 오가며 부대원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괴로우면서도 가담하지 않는 것으로 자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말년 병장이 되어 ‘더이상 가혹행위는 없도록 하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 바로 아래 후임이 ‘김 병장님은 맞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소리 할 자격 없다, 본인이 병장이 되고 나니 왜 때렸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방관자도 그 과정에 방관하는 것으로 가담한 것이 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 D.P.>는 누군가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다시 폭력의 굴레가 이어지도록 방관한 저 자신에 대해 참회하는 이야기에 가까울 것입니다.”
웹툰과 이번 드라마 덕분에 D.P라는 보직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는데요. (웃음) 실제 작가님이 이 출신이라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여준다는 평도 있습니다. D.P로 차출되려면 일반 병사와는 다른 특기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작가님의 특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가난한 것이 특기였습니다. D.P는 통상 선임인 조장이 제대하면 조원을 조장으로 승급시키며 하급자들 중 부사수를 선발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조건들이 고려되는데, 제 경우에는 선임 조장과 조원이 둘 다 체포실적이 적어 동시에 보직해임을 당했습니다. 당시 헌병대장이 부대원 중 가장 절박하게 탈영병을 쫓을 애를 뽑으라고 했다고 합니다(수사관한테 들은 거라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저는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환경, 대학 재학, 권투 경험을 바탕으로 D.P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적중했습니다. 실제로 터무니없는 활동비를 지급받은 데다가 당시 아버지가 암에 걸려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도 망하는 바람에 정말 하루라도 빨리 탈영병을 찾지 않으면 끼니를 굶는 상태였기에 눈에 불을 켜고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과 공동으로 각본을 담당했는데요. 역할 분담과 호흡은 어떠셨나요.
“영상 작업을 처음 해보기에 한준희 감독님이 제가 만난 최초의 감독님이에요. 각본 작업을 처음 해보는 제가 쓴 글을 존중해 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시는 자상한 분입니다.(웃음) ‘좋은데요?’라는 말로 시작해 백사장에서 동전을 찾듯 심혈을 기울여 몇 없는 장점을 살리려고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덕분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1:1로 한 줄씩 연기 지도를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아. 나는 감독은 못하겠다’며 연출자로서의 꿈을 단박에 꺾어 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처음 전체 이야기를 어떻게 가져갈지 의논할 때 제가 원작 웹툰을 그대로 가기보다는 원작의 ‘안준호’(정해인)가 왜 그렇게 진지한 인물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준호의 이등병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고싶다고 제안했습니다.”
“감독님과 대표님이 동의해 주셨고, 감독님은 앉아서 한호흡에 다 볼 수 있도록 6개 에피소드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제안하셨어요. 저도 동의하였고, 이에 맞게 전체 이야기의 초안을 만들어 보여드렸습니다. 원고를 보고 감독님이 극의 긴장감을 살릴 수 있도록 톤과 구성 방향을 말씀하시면 또 그것에 맞게 초고를 작성하였습니다. 그것을 감독님이 수정하시면 제가 다시 수정하고 그걸 또 감독님이 수정하고 다시 제가 수정하고 그렇게 수차례 오간 뒤 최종적으로 현장에서 감독님이 판단한 최종고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감독님이 머릿속에 그리시는 그림이 있기에 그것에 관여하는 것은 제 역할이 아니라 판단해 그 시점에서는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감독님이 해내셨죠.”
작업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분과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마음먹은 키워드가 있다면 말씀주세요.
“원작 만화를 집필할 때도 탈영병을 체포하는 장면에서 통쾌함이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락물로서는 그쪽이 훨씬 대중적인 선택이겠지만,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와는 상반된 것이기 때문이죠. 탈영병을 잡는 D.P조나, 잡힌 탈영병이나 둘 다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습니다.”
“둘 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징집된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인데 절대적인 악이나 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가 체포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도 그런 결이고요. 탈영이라는 사건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가해자요, 피해자니까요.”
< D.P.> 완성본에 대한 감상을 간략히 들려주세요.
“좋습니다. 그 외 달리할 말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데뷔작, 그러니까 드라마 작가로서는 완전 초짜인 제가 쓴 글을 공동작가이신 감독님이 환골탈태시켜 주셨습니다. 또 더 좋은 작품이 많은데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훌륭한 배우들이 믿기지 않는 연기를 펼치셨죠.
“1분 남짓의 오프닝에 모든 예비역과 현역들의 가슴을 후벼파버리신 오프닝 감독님, 이때다 싶을 때 이거다 싶은 음악으로 감정을 배로 증폭시켜 주신 음악 감독님, 수많은 시청자들이 시리즈를 봤는데도 영화를 봤다는 후기를 남기게끔 최면을 걸어버린 촬영 감독님, 밤을 낮으로, 낮을 꿈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신 조명 감독님 포함 촬영 현장에서 피땀을 흘리신 모든 제작진들의 노고가 한데 모여 만들어진 작품이라 그저 좋다는 생각뿐입니다.”
아쉬운 점과 또 이건 정말 잘했다 싶은 포인트를 꼽는다면요.
“아쉬운 점은 제가 각본에 참여 안 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싶은 겁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지금, 이 좋은 결과물에 여러모로 미숙한 제가 쓴 부분들이 되려 작품에 누가 된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에 저는 아직도 < D.P.>를 마음 편히 못 봅니다.”
‘한호열' 상병, '문영옥' 등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의 활약을 어떻게 봤는지요?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등장시킨 확실한 이유가 있을 듯합니다.
“사실 제가 초고를 썼을 땐 지금보다 훨씬 어둡고 진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렸듯 ‘준호’를 끌어주고 극의 활력을 넣기 위한 ‘한호열’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문영옥’의 경우도 감독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사실 저는 영옥의 등장이나 역할에 대해 완전히 납득하지는 못 했는데 완성 후 영상을 보며 준호에게는 영옥이 어머니로 투영되어 보였겠구나 싶어 다시 한번 감독님이 천재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준희 천재! 만세!”
한호열을 완성하기 위해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인지, 인물을 창작했던 과정과 구교환 배우의 연기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각본 작업 중에 감독님과 제 D.P 시절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저는 사실 D.P 활동을 하며 ‘준호’처럼 깊은 사색을 하거나 윤리적 고민을 진지하게 하지는 않았거든요. 오히려 그 반대로 우당탕탕 요절복통 모험활극에 가까웠는데, 그 이야기를 흥미있게 들으신 감독님이 ‘한호열’ 캐릭터를 제안하셨어요. 전체적으로 극의 활기를 줄 수 있는 캐릭터 같아 훌륭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사를 쓰는 것은 제일 쉬웠습니다. 구교환 배우가 출연한 필모를 감상하니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구교환 배우가 떠들기 시작했고, 구교환 배우의 입을 빌려 제가 말한다는 심정으로 썼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구독자에게 스트리밍 중인데 관객 평 중 인상적인 코멘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가가 미필이냐?’라는 것입니다. 제가 D.P였기에 더욱 강렬하게 기억되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 반응도 이해합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게 저는 군생활 내내 극단적인 가혹행위를 당해 도망친 사람들을 쫓거나, 가혹행위를 해 영창에 온 사람들을 지켜보거나, 수사과에서 매일 올라오는 극단적 사고사례를 보며 지냈기 때문에 극단적인 기억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극단적 상황이 일상이었고 그 상황이 더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극단적 사례를 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작가 미필이냐?’는 말보단 ‘이런 일이 앞으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대로 ‘작가님 혹시 우리 부대였습니까?’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자신의 부대에 있던 간부나 병사, 혹은 가혹행위, 탈영사례와 너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제대한 부대원들끼리 나누다 아무래도 우리 동기거나 선배 혹은 후임 같다는 생각에 메시지를 보낸다는 겁니다. 그중에는 작품에 등장하는 탈영병의 이름이 자신이 아는 사람과 유사하다며 그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제 모든 답은 ‘죄송하지만 아닙니다’였습니다. 그 답을 보내며 앞서 반응과 대비돼 굉장히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시간을 비슷한 조직에서 보내지만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이질적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동질적으로 느껴진다는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사랑하는 사람을 군대에서 잃은 분들이 털어놓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었습니다. 구타를 당해 사망하거나, 가혹행위를 당하다 자살하거나, 영문을 모른 채 의문사로 처리된 채 눈물로 세월을 보낸 분들이 그 사건에 대해, 그 사람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 조차 금기한 채 살아오다 < D.P.>를 보고 나서야 이런 비극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걸 이야기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이것밖에는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죄송하면서도 해야 할 이야기를 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 특히, 아시아 전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정해인과 구교환 배우를 포함한 출연진들의 열연과 감독님의 연출로 잘 만들어진 영상물이기 때문이겠지만, 또한 같은 아픔을 겪은, 혹은 겪고 있는 피해자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D.P.> 방영 이후 아시아권에도 징병제거나, 징병제였거나, 부대 내 가혹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런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 론칭했고 그렇기에 관심을 받는 것이겠지요. < D.P.>를 시작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영상물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군 생활을 떠올리며 PTSD가 발동할 정도로 깊이 공감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요즘 군대는 다르다는 일부 반응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런 반응이 점점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머지않은 미래에 < D.P.>는 사회고발, 현실적인,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가 아니라 밀리터리 판타지, 코미디, 말도 안 되는, SF로 회자되어야 합니다. 귀신이 등장하고 악령과 맞서 싸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종교계를 공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듯, < D.P.>를 보고 군에 책임을 묻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모든 게 옛날 야만의 시절에 벌어진 말도 안 되는 코미디가 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웹툰 <아만자>와 < D.P- 개의 날>을 모두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했고, 이후 클래이맥스 스튜디오(구 레진스튜디오)가 기획, 제작해 영상화했는데요. 변승민 대표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돼 < D.P.> 제작까지 이어졌는지, 그간의 사연이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관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영상화 판권을 구매하고 싶다기에 판매했고 그걸로 제 역할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이 감독님과 제작 방향에 대해 논의하던 중 아무래도 작품의 특성상 고증과 현장감이 중요할 테니 원작 작가가 각본에 참여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판단을 하셨고 저한테 제안을 주셨습니다.”
“저는 원래 제 깜냥을 뛰어넘는 일도 생각없이 해보는 성격이라 ‘그럼 한 번 해보죠’라고 얘길했고, 두 분도 동의하셔서 쓰고 고치며 각본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제가 노력한 것보다 대표님과 감독님이 배로 고생하신 끝에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는 그런 판단을 한 대표님이 낮은 확률에 올인하는 무모한 도박꾼 느낌이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치밀한 계산 끝에 과감한 판단을 내린 승부사인 것 같습니다.”(웃음)
워낙 민감한 소재라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수위 조절도 그렇고요. 넷플릭스와의 작업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요.
“< D.P.>의 영상화 판권은 굉장히 빨리 판매되었습니다. 2화 원고가 공개되었을 때부터 각종 제작사에서 문의가 왔었으니까요. 하지만 영상화가 되는 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표현의 수위를 낮추자니 원작의 색이 죽고, 그렇다고 그대로 만들겠다고 마음먹는 나서는 곳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긴 시간 판권만 판매된 채 제작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빠르게 제작이 결정,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 D.P.>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넷플릭스 덕분입니다. 감히 콘텐츠의 미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웹툰과 이번 < D.P.>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원작에서도 말해왔고, 드라마를 통해서도 이야기했으며, 감독님도 여러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던 것과 같이 ‘내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이제는 좋아졌다’는 말이 ‘그러니 이걸로 충분하다’로 귀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류는 그렇게 진보해 왔으니까요.”
SNS에서 < D.P.> 시즌 2에 대해 언급했는데, 다음 시즌 제작이 확정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아직 논의 중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다 웹툰작가로 전업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성공과 장래가 불확실한 만화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만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을 갈 때는 가정 형편상 연관도 없는 야간대학 생물학과에 진학하셨죠. 그때의 한 때문인지 ‘없는 집 자식이 꿈을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어차피 그 꿈은 좌절될 것이니 차라리 바라지 않으면 자신과 같은 절망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신 거죠.”
“그저 평범하게 살기 위해선 좋은 회사에 다니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셨는데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비슷한 처지였다면 아버지와 같이 말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만화가로 전직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냥 제 인생을 살고, 그 인생의 중간중간 회사원이었다가, 수필가였다가, 드라마 작가로 살 뿐이죠. 딱히 각오나 계획도 없습니다. 되는 대로 삽니다. 살다 보니 드라마 작가가 된 겁니다. 아마 아버지가 안 돌아가셨으면 지금도 회사를 다니고 있을 겁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만화 작업을 하면서 타협이나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을 짚어주세요.
“저는 타협이나 포기가 매우 쉽고 빠른 사람이라 딱히 이것만은 놓칠 수 없다는 건 없습니다. 다만, 여러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일종의 공인된 거짓말쟁이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달콤한 거짓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현실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드라마나 만화, 영화를 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지만 그래서는 앞으로도 현실이 바뀌지 않게 되니까요. 이름만 알지 읽어본 적은 없는 일본의 소설가인 마루야마 겐지의 인터뷰를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작가의 역할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는 것이 아닌, 여기 현실이 있으니 들여다보라고 끌어 다 앉혀 놓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렇게나 멋진 말을 하신 분이니 소설도 훌륭하겠다 싶지만, 번번히 시도할 때마다 몇 장을 못 넘기는 걸 보면 저는 아무래도 얄팍한 인간입니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mail:eunyoung.park@movist.com]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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